카테고리 없음

미안.. 나 응가했똥 - 수니 더 비기닝.

보석세공사 2020. 7. 28. 11:35
반응형

오늘은 우리 집 강아지 🐶, 아니 이제는 할머니 개가 되신 수니 (Soony)를 소개하려 한다.

 

수니킴은 언제나 힘들다.

이름: 수니 킴

나이: 10살
종: 퍼그
특이사항: 허리가 아파서 걷지 못함 😔

필자가 수니를 보기 전까지는 퍼그라는 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는데, 찾아보니 나름 유명한 종이다. 특히 서구권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음. 킹스맨을 보셨다면, 영화에서 주인공이 애지중지하던 강아지가 바로 퍼그다. =]

킹스맨에 나온 퍼그 JB.

수니도 나름 혈통있는 강아지인데, 아내가 말하길 족보도 있다고 한다. 나도 없는 족보가 수니는 있다.

 

세 살 때 지인으로부터 업어온 수니는 8살 정도 되던 해부터 허리가 아파 걷지 못하게 되었다. 허리가 아파 데려간 병원에서는 MRI를 찍는데, 만 6 천 달러, 즉 한국 돈으로는 천 6백만 원 정도의 돈이 들어간다고 했다고. 결국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고, 그때부터 가족들이 수니 수발을 들게 되었다. 참고로, 퍼그 종이 가지는 문제 중 하나가 허리가 약하다라는 것이란다. 퍼그의 평균 수명은 12~ 15살이니, 사람으로치면 수니는 이제 노년기 할머니 퍼그인 것이다. 사람이나 개나 늙으면 병이 드나 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정말 복이라고 생각되는 요즘이다.

 

걷지 못하는 수니의 기본자세.

필자가 수니를 만난 건 수니가 10살이 되던 해이다. 코비드 19이 나에게 준 선물과 같은 시간 때문에 나는 처가에서 살게 되었고, 그로 인해 수니와도 같이 살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수니와 같이 살게 되면서, 나의 생활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요즘 나의 일과 중 하나에는 "수니 밥먹이기"와 "수니 오줌 뉘이기"가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으니, 바로 수니의 덩이다. 💩

수니 똥누이기는 우리 가족이 컨트롤을 할 수 없는 테스크 중 하나인데, 그 이유는 수니의 똥을 싸는 패턴이 매우 심오해서 예측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예상을 빗나가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예로, 수니는 한동안 우리 가족이 저녁 식사를 할 때만 똥을 싸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밥을 먹다가 어디선가 올라오는 스멜에 눈을 돌려보면 덩을 싸놓고, 우리를 바라본다.

 

안 쓰러운건 수니가 되게 깨끗한 아이라는 것이다. 원래 잘 걸어 다녔을 땐,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했는데 집에서 볼 일을 보지 않고, 참았다가 꼭 밖에서만 볼 일을 보았다고 한다. 심지어 자기가 싼 덩도 피해서 다니던 깔끔쟁이 퍼그였던 것. 그런데 이제 걷지를 못하자, 똥을 쌀 때마다 몸에 똥이 묻는 것을 피하기 위한 스킬을 습득하기에 이른다.

 

그 스킬은 바로 똥을 싸면서 몸을 앞으로 이동하여, 똥기차 💩💩💩💩💩를 만드는 스킬이다. 이 수니의 똥 기차 스킬로 인해서 우리는 무한한 스트레스를 받지만, 걷지 못해서 똥을 매번 몸에 묻혀야 하는 수니를 생각하면 안쓰럽고, 똥을 쌌다고 미안한 표정을 짓은 수니를 보면 불쌍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또 매번 똥 기차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오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는 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걸 느낀다.

 

오늘은 아침에 커피를 사러 나갔다 온 사이 수니는 예쁜 똥기차를 만들었다. 우아한 곡선을 그려놓은 수니를 향해 화를 내려하는 순간, 수니는 미안한 듯 우리는 바라본다.

응가하고 미안한 수니, 뒤쪽에 덩이 보인다.

'주인, 미안해... 나 응가했똥...' 이라며 나를 바라보는 수니의 표정을 보니, 얼마나 귀여운지. 이렇게 바라보면 정말 화가 나다가도 풀려버린다. 살아가는 동안 내가 너를 만난 것도 어쩌면 인연이겠구나 싶다.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재미있게 행복하게 곁에서 살다 갔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시간을 조금씩 내어서, 내 옆에서 시간을 보내는 수니를 기록해야겠다.

응가하고 '아무것도 모르개'가 된 수니.


참고 이미지

[1] 킹스맨 퍼그 구글 서치

 

반응형